2023년 개봉한 일본 영화 ‘디셈버’는 ‘콘토라’를 연출한 인도 태생의 앤슐 차우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 ‘디셈버’는 2022년 부산 국제 영화제, 2023 에테버리 국제 영화제, 2023 우디네 극동 영화제 등에 출품해서 큰 호평을 받았다. ‘디셈버’는 학창 시절 동급생을 살해한 여성이 7년을 복역한 뒤 재심을 청구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피해를 당한 학생의 부모가 붕괴된 가족의 시간을 지나 사건을 다시 마주하면서 피할 수 없이 겪게 되는 감정의 소용돌이와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섞이는 과정 그리고 용서의 시간을 그리고 있다.
<디셈버> 기본 정보
- 감독: 앤슐 차우한
- 출연: 쇼겐, 메구미, 마츠우라 료
- 개봉: 2023
- 러닝타임: 98분
- 장르: 범죄, 드라마
- 스트리밍: 웨이브, 왓챠, 쿠팡 플레이
<디셈버> 줄거리, 결말, 리뷰
줄거리
딸을 잃고 술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카츠에게 어느 날 법원으로부터 한 통의 통지서가 날아온다. 카츠는 통지서를 들고 이혼한 전 부인인 스미코를 찾아간다. 7년 전, 딸을 살해한 범인인 후쿠다 카나의 재심이 열릴 거라는 통보에 카츠와 스미코는 다시 한번 상처와 마주하게 된다. 범인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분개하는 카츠와 달리 스미코는 얼른 모든 걸 잊고 평화롭게 지내고만 싶다.
그런 스미코도 자신의 딸에 관한 재판을 못 본 척 하지 못하고 결국 재판에 참석해서 증인석에 서게 된다. 후쿠다 측의 변호인은 당시 여고생이었던 그녀에게 20년형은 너무 중한 처벌이었다며 당시의 판단이 소년법에 위배된다며 석방과 함께 배상금을 요구한다. 소중한 딸의 목숨을 앗아가 놓고 자유의 몸이 되겠다는 후쿠다를 보며 카츠는 분노한다.
스미코는 재판이 진행되면서 카츠에 대한 감정이 다시 되살아나고 현재의 남편인 나오키와의 사이가 삐걱대기 시작한다. 자신의 감정을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기분이 드는 나오키는 카츠에게도 나오키에게도 온전히 기대지 못하고 증인석에 선 날, 후쿠다 측의 변호인이 그녀를 몰아세우기까지 하자 정신적으로 크게 흔들린다.
그때 후쿠다의 변호사인 사토로부터 후쿠다가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연락을 받는다. 스미코는 후쿠다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고 더는 증인석에 나서는 것을 포기하고 모든 일을 잊기로 한다.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스미코와 달리 카츠는 점점 후쿠다를 용서할 수 없다.
결말
다시 재판이 열리고 재판정에 선 후쿠다는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진실에 대해 입을 연다. 후쿠다가 당시 카츠와 스미코의 딸인 에미를 살해했던 이유는 후쿠다가 에미로부터 몇 년간 심한 학교 폭력을 가했기 때문이다. 카츠는 자신의 딸이 누군가를 지옥으로 끌고 간 학교 폭력의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괴로워한다.
카츠는 사토에게 연락을 해 자신 또한 후쿠다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조건은 직접 대면하게 해줄 것. 카츠는 자신의 조건을 들어준다면 증인을 서는 것을 그만두겠다고 말한다. 후쿠다는 카츠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둘은 교도소 안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앉는다. 자신의 범행은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피해를 당한 것도 사실이며 앞으로는 학교 폭력 피해자 아이들을 위해 살고 싶다고 말하는 후쿠다의 이야기를 들으며 카츠는 셔츠 속에 감추어 온 작은 유리 조각을 손에 불끈 쥔다.
결국 카츠는 후쿠다를 해치지 못하고 면접실을 나온다. 그는 손에 유리 조각을 든 채 딸이 살해당했던 강가로 가 유리 조각을 흘려보낸다. 마지막 재판이 열리고 후쿠다는 자유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카츠와 스미코는 담담히 자리를 떠난다.
리뷰
영화 ‘디셈버’는 피해자의 부모가 가해자인 줄로만 알았던 범인이 피해자이기도 하며 자신의 아이가 가해자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용서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제목이 ‘디셈버’인 이유는 정확하지 않지만 영화에서 섬세하게 묘사된 겨울의 색감과 주인공들의 메마른 감정을 잘 표현하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개가 빠르거나 이야기의 변화가 극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배우들의 감정 연기가 좋아서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영화였으며 ‘학교 폭력’ 같은 사회적인 문제나 ‘용서’같은 인간적인 문제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였다.
러닝타임 98분으로 길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고 무겁고 탄탄하게 깔리는 OST가 특히 돋보였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