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한 남자 리뷰, 자신을 산다는 것

츠마부키 사토시와 안도 사쿠라가 주연한 일본 영화 <한 남자> 2023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 <한 남자>는 ‘자신’을 살아가기 위해 ‘자신’이란 존재를 지워버린 한 남자의 일생을 뒤쫓아 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혼 뒤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이 운영하는 문구점에서 일하고 있는 리에의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 친구가 되어 달라고 말한다. 그 남자의 이름은 ‘타니구치 다이스케’로 지역에서 임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는 리에의 문구점의 단골손님으로 스케치북이며 연필 등을 사 가곤 한다. 길에 앉아 풍경을 그리곤 하는 그는 리에에게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며 말을 걸어온다.

한 남자

<한 남자> 기본 정보

  • 감독: 이시카와 케이
  • 출연: 츠마부키 사토시, 안도 사쿠라, 쿠보타 마사타카, 세이노 나나
  • 개봉: 2023
  • 장르: 범죄
  • 러닝타임: 122분
  • 원작: 소설_히라노 게이치로 <한 남자>

<한 남자> 재일교포 3세와 사형수의 아들

한 남자

리에와 다이스케는 빠르게 가까워지고 둘은 결혼해서 딸도 낳고 행복한 가정을 만든다. 리에의 아들인 유토는 다이스케를 아빠라고 부르며 잘 따른다. 종종 다이스케가 일하는 산에도 함께 가곤 한다. 그날도 유토는 학교를 빼먹고 다이스케와 함께 산으로 향한다.

평소처럼 나무를 베던 다이스케는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만다. 어깨에 부상을 입은 그는 빠르게 일어날 수 없고 그러던 찰나 나무가 다이스케를 향해 빠르게 넘어오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나무는 다이스케를 덮치고 그렇게 그는 3년 9개월이라는 리에와의 짧은 결혼 생활을 끝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리에는 장례식을 위해 그의 가족을 부른다. 다이스케의 장례식에 참석한 그의 형은 불단에 올려진 사진을 보고 그는 자신의 동생인 타니구치 다이스케가 아니라고 말한다. 리에는 지금까지 누구와 살아왔던 걸까. 남편의 실체를 알기 위해 그리고 혼인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변호사인 키도에게 도움을 청한다.

키도는 재일교포 3세다. 아내의 가족과의 저녁 식사에서 장인은 서슴없이 일본의 세금으로 생활하는 재일교포를 비난한다. 키도는 억지로 불편한 기분을 감춘다. 그는 귀화하여 일본의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재일교포라는 사실이 자꾸만 그를 붙들고 놓아주질 않는다. 키도는 어떤 이유로 ‘다이스케’라고 불렸던 남자가 ‘다이스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자신을 지웠는지를 찾는 과정에서 재일 교포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혼란스러워한다.

한 남자

리에의 남편이었던 ‘다이스케’의 원래 이름은 ‘하루 마코토’다. 그는 사형수의 아들이다. 그의 아버지는 일가족을 살해하고 감옥에 간 뒤 사형으로 생을 마감했다. 아버지의 일이 있은 후로 마코토는 ‘사형수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면 자신과 꼭 닮은 살인자인 아버지의 얼굴이 그 안에 있다. 마코토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볼 때마다 숨을 쉴 수 없다. 아버지의 사형이 집행되고 나서도 아버지의 시신을 인도받지 않았다. 마코토는 될 수 있는 만큼 멀리 그로부터 멀어지고 싶다.

마코토는 아버지와 닮은 자신을 볼 때마다 자신을 극심하게 혐오하게 된다. 아버지뿐만 아니라 자신으로부터도 멀리 벗어나고 싶다. 마코토는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복싱을 시작한다. 그는 복싱에 재능을 보이고 신인 타이틀 전에도 나갈 수 있게 되지만 자신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이유로 출전할 수 없다는 뜻을 관장에게 전한다. 관장은 그것이 다른 이들이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 기회인지 깨닫지 못하는 마코토를 나무라고 마코토는 다시 한번 힘을 내보지만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그가 타이틀 전에서 승리해도 그를 따라오는 건 ‘사형수의 아들’이라는 선입견뿐이다.

마코토는 그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호적 교환’을 해주는 브로커를 만나서 다른 이와 호적을 교환해 다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마코토는 호적을 두 번 바꿔 최종적으로 다이스케가 되었다. 한편 리에의 아들 유토는 부모의 이혼으로 또 엄마의 재혼으로 자꾸만 성이 바뀌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다이스케가 타니구치 집안의 사람이 아님을 알게 된 이상, 혼인도 무효가 되고 유토 또한 더는 타니구치로 살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름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가장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때론 개명을 하기도 하지만 한 번에 하나의 이름, 하나의 성을 가지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게 내가 어떻게 불리는지 그 강력한 힘 앞에서 사람들은 때로 흔들리기도 한다.

키도는 하루 마코토의 마음을 이해한다. 뉴스에서 혐한 시위를 벌이며 아직도 자신을 “조센징”이라 부르는 사람들 앞에서 그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혼란을 느끼곤 한다. 즉, 이 영화에서는 사형수의 아들과 재일 교포 3세가 대칭이 되어 나오는 것인데 사람을 잔인하게 살인한 사형수와 재일 교포가 대칭되는 부분은 한국인의 입장에서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일본에서는 여전히 재일 한국인이 사형수만큼 혐오의 대상인 걸까. 그만큼 차별과 편견이 심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장치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한 남자

재일교포이면서 일본 국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재일 교포 3세면 거의 정체성은 일본인이라도 봐도 무방한 걸까? 그것을 다른 사람이 정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키도가 받는 차별과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자신이 조사하는 하루 마코토의 마음과 겹쳐서 그는 마코토의 상황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된다. 리에에게 그동안 마코토에 관해서 조사한 것을 넘겨주면서도 그는 범죄자가 아닌 삶을 열심히 살아온 선량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일을 마치고 혼자 바에 들른 키도는 옆자리에 앉은 손님이 말을 걸어 오자 자신은 온천 여관을 하는 집안의 사람인 다이스케라고 소개한다. 그 또한 자신 속 안에 하룻밤쯤은 다른 이가 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 그럴 때가 있지 않나. 영화 <한 남자>는 자신을 산다는 것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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