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추2011 리마스터링,늦가을의 사랑

2011년도 개봉된 이래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한국의 대표적인 로맨스 영화로 자리 잡힌 영화 <만추>가 2023년 11월 재개봉을 한다. 이번에 4K 화질로 개선되어 재개봉 되는 <만추>는 1966년 이만희 감독의 동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영화이다. 2011년 버전 <만추>의 감독은 김태용이며 그는 이 작품에서 주연을 맡은 탕웨이를 만나 연인으로 발전 결혼을 하기도 했다. <만추>는 이름 그대로 ‘늦은 가을’이라는 뜻이다. 현빈과 탕웨이가 주연을 맡아 안개 낀 시애틀을 배경으로 보여주는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는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만추 현빈 탕웨이

<만추> 기본 정보

  • 감독: 김태용
  • 출연: 현빈, 탕웨이
  • 개봉: 2011/2023
  • 러닝타임: 113분
  • 장르: 로맨스

<만추> 늦가을, 그들의 사랑 이야기

만추 현빈 탕웨이

온 얼굴에 멍이 든 채로 언덕을 비틀 거리며 내려오는 여자, 애나는 이내 집으로 다시 뛰어간다. 그녀의 집, 거실 한가운데 그녀의 남편이 죽어있다. 애나는 남편을 살해한 죄로 감옥에 가고 7년 후, 감옥에서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된다. 가족들의 도움으로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게 된 애나는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른다.

버스가 출발하려던 때 급하게 훈이 버스에 오른다. 버스 기사가 티켓을 요구하자 훈은 대뜸 애나에게로 가서 차비를 빌려 달라고 말한다. 애나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차비를 빌려주고 이내 훈을 외면하려 한다. 훈은 애나 옆자리로 다가와 손목시계를 풀어주며 돈을 갚을 때까지 가지고 있으라고 말한다.

잠시 정차한 휴게소에서 애나는 홀로 커피 한 잔에 차가운 손을 녹이고 있다. 그때 훈이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와 말을 건다. 애나는 귀찮은 듯 그에게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시애틀의 유니온 스테이션에 도착한 두 사람, 시애틀은 자욱한 안갯속에 덮여 있다. 애나는 훈에게 시계를 돌려주려 하지만 훈은 돈을 꼭 갚겠다며 명함을 쥐여준다. 애나는 가는 길에 그의 명함을 쓰레기통에 넣어 버린다.

훈은 여자들을 상대하고 그녀들에게서 돈을 받아 생활하는 곧 ‘제비’다. 그의 ‘고객’ 중 옥자라는 여자가 있다. 자신의 아내와 훈의 관계에 화가 난 그녀의 남편은 지금 훈을 찾아 헤매고 있다. 한편,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간 애나는 어색함을 감추지 못한다. 가족들을 피해 밖으로 나온 애나는 마당의 고양이를 쫓다가 아내와 함께 들어오는 왕징과 마주친다.

애나는 홀로 시내로 나가 화려한 옷을 산다. 커다란 귀걸이로 억지로 귀를 뚫고 빨간 립스틱도 바른다. 방금 전까지의 애나가 사라진 것 같다. 쇼윈도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던 애나는 대충 뚫은 귀가 아파오고 곧 화장실로 가 옷도 귀걸이도 벗어 버린다.

만추 현빈 탕웨이

애나는 버스 정류장에 홀로 멍하니 앉아 있는다. 그때 훈이 그녀를 우연히 발견하고 다가와 말을 건다. 훈이 말하는데도 가만히 듣기만 하던 그녀는 갑자기 자신을 원하냐고 묻는다. 모텔에 간 두 사람은 어색한 몸짓을 이어가지만 이내 애나가 훈을 세게 밀며 거부한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훈은 애나를 데리고 나간다. 한 레스토랑으로 가서 예약을 했다며 거짓말을 하는 훈. 그는 애나의 이름이 알고 싶다. 예약자 이름을 묻는 직원의 물음에 애나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이제야 겨우 통성명을 한 둘은 식사를 하고 근처의 놀이공원으로 향한다.

놀이공원은 공사로 휴업 중이다. 당황하던 훈은 범퍼카를 발견하고 둘은 범퍼카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애나도 조금씩 웃음을 보이며 마음을 열어간다. 그때 두 사람 앞에 한 커플이 나타난다. 훈은 장난스레 그들의 대화를 지어내서 말한다. 가만히 듣고 있던 애나는 여자의 말을 지어내며 그 속에 자신의 감정을 담아본다.

영화<만추>에서는 곧이어 커플의 아름다운 댄스 장면으로 넘어간다. 판타지적인 요소를 더한 것인데 좀 생뚱맞은 면이 있긴 했지만 커플의 댄스가 굉장히 아름다워서 이질감을 줄여주었다. 환상 속 커플의 댄스는 아름답지만 현실의 애나는 훈을 피해 멀리 달린다.

애나를 뒤쫓아간 훈에게 애나는 자신은 내일 감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갑작스러운 말에 훈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 “하오”라고 말하며 이 말이 “좋지 않다”라는 뜻이지 않느냐 묻는다.

애나는 “하오”는 좋다이며 “화이”가 좋지 않다는 뜻이라고 알려준다. 애나는 훈이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어로 자신이 왕징을 사랑했던 이야기와 남편을 죽이게 된 사연을 털어놓는다. 훈은 마치 알아듣는다는 듯 “하오” 또는 “화이”라고 말하며 그녀의 말을 귀담아 들어준다.

애나 어머니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훈이 불쑥 그 자리에 나타난다. 당황한 애나는 가족들에게 훈을 친구라고 소개하지만 훈은 왕징과 그의 아내에게 애나와 자신은 결혼해서 레스토랑을 할 거라면서 거짓말을 한다.

잠시 애나가 자리를 비운 사이 왕징이 훈에게 정체가 뭐냐며 따지고 들고 둘 사이에는 싸움이 일어난다. 애나가 들어와 자초지종을 묻자 훈은 왕징이 자신의 포크를 쓰고도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엉뚱한 말을 내뱉는다.

이때 애나가 갑자기 왕징에게 왜 남의 포크를 쓰고도 사과를 하지 않느냐며 울면서 소리친다. 애나에게 써서는 안되는 남의 포크는 애나, 바로 자신을 상징했다. 남편이 있는 애나를 사랑해놓고 책임도 지지 않은 왕징을 훈의 말을 빌려 따진 것이다.

애나는 감옥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버스에 오른다. 짙은 안갯속 훈과 애나는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눈다. 버스에서 잠깐 졸다 깬 애나 옆으로 훈이 다가와 앉으며 마치 처음 본 사람처럼 인사를 건넨다. 두 사람은 마치 자신들이 다른 사람이 된 것 마냥 이야기를 나눈다. 둘에게 더 나은 미래가 있는 것처럼.

안개는 점점 깊어지고 버스는 잠시 정차하게 된다. 훈이 잠시 버스 밖으로 나온 사이 옥자의 남편이 훈을 납치하고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훈에게 덮어 씌우며 곧 경찰이 훈을 잡으러 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각한 훈은 애나에게로 가 길고 긴 키스를 하며 애나가 출소하면 이곳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한다.

애나가 버스 안에서 잠시 졸다 깨자 훈은 자신의 코트를 그녀 위에 덮어주고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나는 커피 두 잔을 사들고 훈을 찾지만 그는 어디에도 없다. 그녀는 손에 든 커피 잔을 놓치고 만다.

2년 후, 애나는 출소해서 훈과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간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훈은 오지 않고 시간만 흐른다. 곧이어 쓸쓸한 애나의 옆으로 조용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때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들리지만 장면에서는 애나의 맞은편을 볼 수 없다.

애나는 혼자 조그맣게 인사를 건넨다. 훈은 왔을 수도 안 왔을 수도 있다.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훈은 아마 못 왔을 거라 생각한다. 애나의 말이 너무나도 쓸쓸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저 멀리 어딘가에 있을 훈에게 이렇게라고 인사를 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영화> 만추는 보고 난 후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 좋았고 연출도 아름답다. 둘의 사랑이 시한부라는 것을 보는 사람도 알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시리다. 시한부의 사랑이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것과 시애틀의 흐리고 안개 낀 풍경이 잘 어우러져 가을이 되면 저절로 생각되는 대표적인 로맨스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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