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보통의 카스미, 보통이란 게 뭐야?

2023년 개봉한 일본 영화 <보통의 카스미>는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그린 영화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미우라 토코가 주연을 맡아 자신을 향한 사회적 시선과 부딪히며 성장하는 주인공 카스미 역을 연기했다.

보통의 카스미

<보통의 카스미> 기본 정보

  • 감독: 다마다 신야
  • 출연: 미우라 토코, 마에다 아츠코, 이토 마리카, 키타무라 타쿠미
  • 개봉:2023
  • 장르: 드라마
  • 러닝 타임: 104분
  • 스트리밍: 쿠팡 플레이/ 티빙/ 왓챠/ 웨이브

보통의 카스미, 보통이란 게 뭐야?

소개팅 자리에 나간 카스미는 눈앞에 놓인 음식만 열심히 먹을 뿐 도통 남자들에게 관심이 없다. 카스미는 연애도 사랑도 관심 없는 여자다. 카스미에게 관심을 보이는 상대 남자에게 대충 상대를 해줘 보지만 카스미는 피곤할 뿐이다. 소개팅 자리가 끝나고 카스미는 홀로 라멘집에 들러 라멘에 교자를 먹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도통 연애에는 관심이 없는 카스미가 불안한 그녀의 엄마는 카스미 몰래 맞선 자리를 마련한다. 그곳에 상대방으로 나온 쇼는 우연히도 카스미가 자주 가는 라멘집의 사장이었다. 쇼는 카스미에게 자신은 아직 결혼도 연애도 생각이 없다는 뜻을 전한다. 생각이 같은 둘은 연애 대신 친구가 된다.

맞선 이후로 쇼와 카스미는 친구로 지내며 쇼가 전국의 라멘집을 다닐 때 카스미가 동행하기도 한다. 둘 사이가 점점 돈독해지고 있을 때 쇼는 카스미에게 연애 감정을 드러내고 키스를 하려고 하지만 카스미는 그를 거부한다. 쇼가 싫어서가 아니라 카스미 자체가 상대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에이섹슈얼(aesexual), 즉 무성애자인 카스미는 이제껏 살면서 누구에게도 성적인 끌림이나 연애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영화상에서 카스미가 직접 자신을 무성애자라고 선언하지는 않지만 카스미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자신을 쇼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친구로 지내자고 말해 보지만 쇼는 바보 취급 하지 말라고 말하며 카스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둘이 함께 간 여행에서 쇼의 고백으로 사이가 깨어진 뒤 카스미는 홀로 호텔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온다. 콜센터에서 일하던 카스미는 친구의 소개로 유치원에서 일하게 된다. 그중 한 어린 남자아이가 한껏 위축되어 있어 이유를 물어보니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차였다고 한다. 카스미보다 한참 어린아이들도 연애를 한다. 어쩐지 카스미만 빼고 주변의 모두가 연애를 하는 느낌이 든다.

카스미는 마음이 복잡할 때면 바닷가를 찾는다. 그곳에서 우연히 동창생인 마호를 만나게 되고 마호는 카스미에게 함께 캠핑을 가자고 한다. 도쿄에서 사츠키 클레어란 이름의 성인 비디오 배우를 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마호와 친하게 지내게 된 카스미는 어느 날 그녀에게 아이들에게 보여줄 디지털 그림 연극의 목소리 연기를 부탁한다.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신데렐라. 동화를 읽던 마호는 신데렐라의 이야기에 나오는 여성상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한다. 카스미는 연애 감정도 성적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마호는 카스미와 같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새로운 신데렐라 이야기를 쓰자고 말한다. 그렇게 새로운 신데렐라가 탄생하고 카스미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 앞에서 발표회를 가진다.

다양성의 세계관을 가진 새로운 신데렐라의 이야기에 모두 웅성웅성한 분위기가 되자 당황한 카스미는 비디오를 꺼버리고 만다. 선거 운동 차 유치원에 들렀던 의원인 마호의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다양성에 관한 비디오를 보여준 카스미를 나무란다. 전통적인 신데렐라가 ‘올바른’ 세계관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마호는 카스미를 통해 그의 아버지가 한 행동을 알게 되고 한창 사람들 앞에서 선거 운동 중인 아버지를 찾아가 그의 위선적인 행동을 따진다.

카스미는 그런 마호가 더욱 좋은 사람으로 여겨지고 룸메이트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두 사람이 함께 보금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던 중 갑자기 마호와 연락이 닿지 않고 겨우 만나게 된 마호는 갑자기 결혼을 하게 되었다며 함께 살지 못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카스미는 그런 마호를 진심으로 축하해 준다.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식사를 하고 있는 데 여동생이 갑자기 카스미에게 마호를 좋아했던 것이 아니냐며 카스미를 레즈비언으로 몰고 간다.

이성애자가 아니면 레즈비언이라도 되어서 누군가를 꼭 사랑하고 연애를 해야 ‘올바른’ 사람인 걸까. 카스미는 자신은 단지 연애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가족에게 말한다. 카스미는 첼로를 전공했다. 사람의 목소리와 닮았다는 첼로를 선택한 그녀는 언제나 남들과 다른 자신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고 그런 이유로 말 대신 첼로를 켜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카스미는 마호의 결혼식에서 축사를 맡게 되자 서툰 축사 대신 첼로로 마음을 전한다. 카스미의 유치원에 덴도라는 새로운 선생님이 온다. 그는 환영회도 거부하고 홀로 있는 것을 즐기는 등 어딘가 남들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그가 유독 카스미에게는 먼저 다가온다. 쇼라는 친구를 잃었을 때의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카스미는 덴도에게 왜 자신을 불려 냈냐고 묻는다.

보통의 카스미

덴도는 카스미가 만든 신데렐라 이야기를 보았다며 세상과 자신과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것에 기뻤다는 말을 전한다. 카스미는 영화 ‘우주 전쟁’이 좋다. 항상 멋진 모습만 보여주는 톰 크루즈가 사력을 다해 살기 위해 뛰고 또 뛰는 장면이 마음에 든다. 살기 위해 달리는 톰 크루즈가 보기 좋은 카스미는 달린다.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자기 자신으로 있기 위해, 있는 그대로의 카스미를 위해. 카스미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보통이란 게 뭐야?라고.